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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진 취미들/영화, 뮤지컬

죽여주는 여자_넷플릭스 영화 추천/리뷰

by ●◇● 2021.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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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맘대로 별점 ★★(4)

 

:: 줄거리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65세의 '박카스 할머니' 소영. 노인들 사이에서는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로 입 소문을 얻으며, 박카스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트랜드젠더 집주인 티나, 장애를 가진 가난한 성인 피규어 작가 도훈, 성병 치료차 들른 병원에서 만나 무작정 데려온 코피노 소년 민호등 이웃들과 함께 힘들지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한 때 자신의 단골 고객이자, 뇌졸중으로 쓰러진 송노인으로부터 자신을 죽여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고 죄책감과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다 그를 직장 '죽여주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의 부탁이 이어지고, 소영은 더 깊은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

 

:: "나랑 연애하고 갈래요? 잘 해드릴게."

 

  > 밤 일을 잘해서 죽여주는 여자, 제발 죽여달라는 노인들을 죽여주는 여자.

     영화는 박카스 할머니가 하는 정매매와 조력 자살(혹은 살인)을 비판하기 보다는 그런 선택을 하게끔 몰아세운 사회를 조망하고 싶다. '어쩔 수 없었다.'라는 변명을 안 좋아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에겐 그 어쩔 수 없음에 위로를 건내고 싶다. 

 

  > "왜 이런거 찍어? 돈 되는거 찍어."

     배우 윤여정이 <죽여주는 여자> 감독에게 건내는 말 같아서 순간 움찔했다. 눈 가리고 귀 막고 외면 받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는 감독. 쉽지 않지, 누가 얼마나 봐줄까. 그러니 모두가 외면하는 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 그 용기에는 박수 쳐주고 싶다. 

     (소영에게 인터뷰를 청하는 대학생이 무작정 달려드는 장면은 좀 불편했지만...)

  

  > 안타까운 소수자들의 모임, 잡탕

     성매매 여성, 노인 빈콘, 코피노, 성소수자, 장애인, 노동자, 혼혈인, 독거노인 등 한국 사회의 소수자들을 한데 모은 영화. 영화 속의 잡탕이란 표현에 말문이 막혔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잡탕치고는 꽤나 맛이 좋다.

    저 캐릭터들의 모든 이야기를 다룬 것도 아니고(코피노에는 비중으로 두었지만), 박카스 할머니 소영을 중심으로 큰 맥락에 따라 감독의 메시지가 확실하게 들어갔다.

 

  >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숨 쉬는 것? 생각하는 것? 자유의지가 있는 것? 그럼 그것을 더 넘어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항상 맞춤 양복에 빳빳한 돈을 넣고 다니는 노인이 있었다. 하지만 세월에 못 이겨 중풍에 걸리고, 본인 스스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배변도 도우미를 통해 처리해야 되고, 말도 더듬더듬, 가족들은 외국에 있어 1년에 한 번 찾아 올까말까하다. 

     팍팍한 현실에 노인은 그저 죽고 싶다고만 말한다. 그 딱한 현실을 본다면 나라도 죽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산다한들 얼마나 행복할까. 한 번 사는 인생, 행복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데, 자신의 노력으로 나아질 수 없는 삶을 마주하면 낙담이 얼마나 클까. 상상만 해도 고통스럽다. 

     인간은 숨만 쉰다고 사는 것이 아니기에 '존엄사'라는 단어가 나왔다. 존엄하게 죽는 것. 그냥 죽는 것도 아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안락사를 시키는 것. 인간이 인간답게, 인간의 품위란 무엇인지, '존엄사'란 단어 하나 만으로도 생각이 많아지는데, <죽여주는 여자>에서의 노인들은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 죽는 것을 도와달라는 노인들의 이기적임, 혹은 비겁함

     죽는 것을 도와달라는 절박함은 이해하지만, 그걸 도와준 소영은 죄책감에 힘들어한다. 조력 자살, 혹은 살인으로 몰릴 수 있는 미래에 암담해지는 것이다. 나를 위해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라는 말은 소영의 삶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타인이 죽여달라는 말에 연민을 느끼고 여쩔 수 없이 도와주는 여자, 그렇게 받은 돈을 혼자 쓸 수 없을 정도로 여린 여자, 그 감정선에 몰입되는 영화였다.

 

  +) 소영은 살기 위해 아등바등 성을 팔아 살아가는데, 죽여달라는 노인들과 마주한다는 것은 씁쓸할 것 같다.

 

> 죽여주는 여자 명대사

   "도와준다고 하지 말아요. 돈 내줄 것도 아니면서....."

 

> 윤여정이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던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나이들면 죽여주는 여자가 되지 않을까

> 외면하고 싶지만, 꼭 알아야되는 이야기...

 

 

나는 이 영화를 광주극장에서 봤지만, 넷플릭스도 있기에 꼭 많은 사람들이 봤음해서 추천한다.

사회 비판 영화 중에서도 잘 만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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