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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각

여덟단어 - 박웅현 / 자존에 관한 이야기

by ●◇● 2023.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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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CD님의  <여덟단어> 는 (나만의) 인문학의 바이블로 연에 1번은 읽고, 주변에 종종 추천하고 선물하는 책이다. 그중 1장 자존의 구절을 티스토리에 기록해본다. 짧은 리뷰지만, 그래도 나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기록하기.

*여러번 읽은 만큼 어찌나 밑줄친게 많던지, 책 옆이 형형색색 갈피들로 수놓아졌다.

 

p.8
돈오점수, 불교용어지요. 돈오, 갑작스럽게 깨닫고 그 깨달은 바를 점수, 점차적으로 수행해 가다, 라는 뜻입니다.

  가랑비가 천천이 젖어 들듯이, 내가 깨달은 바를 점차적으로 수행해가는 자세를 기르고 싶다. 그러니 제발 미루지 말자. 블로그도, 영어도, 자소서도, 운동도, 다이어리도, 책 읽기도. 가끔 다른 것에 치우쳐서 그날 할 일을 미뤄버릇 하는데, 그날 정한 것은 꼭 수행하기를. 그리고 그 안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어야지.

  '돈오 점수'하고 '점수 돈오'하고.

 

​p.16
자존, 스스로 자에 중할 존이죠. 나를 중히 여기는 것. (.....) 아모르 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결말은 정반대일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언젠가 죽을 것이니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것이고, 그러니 지금 네가 처한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것이죠.
저는 이런 태도가 자존 같습니다. 어떤 위치에 있건, 어떤 운명이건 스스로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것.

  박웅현은 행복한 삶의 기초를 '자존'으로 두었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것이다. 나의 주변 환경, 내가 처한 상황, 나의 몸과 마음, 태도, 말투, 인간관계, 운명과 필연 등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니 말이다. 예로 호떡집 사장님이 나온다. 그 사장님은 예외없이 활기차고 열심히 한다는 느낌을 지녔다. 그래서 호떡을 살 때마다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단다. 자존이 있는 사람은 풀빵을 구워도 행복하고, 자존이 없는 사람은 백 억을 벌어도 자살할 수 있다. 그러니 아모르 파티, 내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지극히 중요한 일이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상 기준을 나에게 두는 것이다. 엄친아는 기준을 밖에 두지만, 나에 기준을 둘 경우 나의 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따. 다름을 타파하고 나다움을 찾는 것이다. 나답게 사는 것.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꾸준히 이행하고 그것을 사랑하는 것. 기준점을 바깥에 두고 남을 따라가느냐, 아니면 안에 두고 나를 존중하느냐의 차이는 여기서 나온다.

​p.26
미국 교육은 '네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궁금해 한다면, 한국 교육은 '네 안에 무엇을 넣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했습니다. 바깥에 기준점을 세워놓고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안에 있는 고유의 무엇을 끌어내는 교육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한국의 주입식 교육은 말 다했다. 굳이 쓰지 않아도 줄줄줄 말할 수 있다. 4차 산업시대에 역행하는 그 교육 방침이란.

  '네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의 교육'은 대학에서 처음 접했다. 이오현 교수님의 대중매체의 이해. 영화/영상을 보고 매주 감상문을 썼다. 그 안에 어떤 의미가 있고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 표현했다. 교수님은 글 속의 내용을 고치지 않으셨다. 글의 논리성만 피드백하고 다음 수업시간에 그 A4용지를 돌려주셨다. 그 용지는 아직도 내 파일에 보관되어 있다. 부끄러워 열어보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접한 자율적인 수업에 감동하여 고이 간직할 예정이다.

  한국식 교육은 내 안의 것을 존중해주지 않았다. 칭찬은 성적표로 나왔다. 늘 우리에게 없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그것을 가져야 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칭찬은 자존감을 키워주는데, 가진 것에 대한 칭찬이 아닌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질타를 통해 눈치를 길렀다. 중심점을 바깥에 놓고 눈치를 보면서 바깥을 살피는 것이다.

  중심점을 안에 찍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며 자존을 키우자.

​p.28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힘이 세고 단단한 사람들입니다.

(....) 완벽한 인간은 없어요. 우리나라 최고 기업의 총수, 최고 대학의 총장, 대통령까지도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 불완전해요. 다만 그들의 직책이나 직위 때문에 완벽해 보일 뿐이죠. (.....) 누구나 단점은 많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하지만 세상에 태어나 살아남은 유기체들인데 어떻게 단점만 있겠습니까? 분명히 장점도 있죠. 그러니 내가 가진 장점을 보고 인정해줘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죠. 단점을 인정하되 그것이 나를 지배하지 않게 해야합니다.

(....) 자꾸 실수하고 조금 모자란 것 같아도 본인을 믿으세요. 실수했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돈오한 다음 점수하면 됩니다. 그러면 인생의 새로운 문이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주변 사람들이 크고 대단해서 내 자신이 작고 초라해보일 때가 종종 있다. 특히 19년도 취준 시절... 자기 소개서와 이력서, 그리고 모의 면접을 하다보면 서로 칭찬하고 올려보기 바빴다. 나는 해외 인턴을 다녀온 원이를 부러워하고, 원이는 모의면접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나를 부러워한다. 나는 영업 경험이 많고 유쾌한 성격을 지닌, 정말 영업의 표본으로 보이는 분을 부러워했는데, 그분은 나의 성적과 차분한 어조를 부러워했다. 서로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기 바쁘고 나의 단점과 비교하는데, 상대방은 나의 장점을 찾아준다. 서로 완벽해 보였다. 바로 취업이 안되는게 이상할 정도로 다들 대단하고 똑똑하다. 단점은 있다, 당연히. 하지만 장점도 지니고 있다. 내가 지닌 장점들을 남이 찾아주니 쑥쓰러워도 그걸 깊게 곱씹으면서 더 강한 강점으로 만들어 나아갔고, 지금도 저 나아가야지.

  우리의 장점은 등에 붙어 있을지 몰라. 등에 찰싹 달라 붙어 있어 한 번에 찾기 힘들다. 자세히 보기도 힘들다. 하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훤이 보인다. 그래서 말해준다. 네 등에 이런 멋진 장점들이 붙어 있어. 그리고 그것을 직시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사람들을 만나왔다. 나의 장점을 봐주는 사람들. 다시 한 번 감사하다.

 

p.33
  자신의 길을 무시하지 않는 것, 바로 이게 인생입니다. 그리고 모든 인생마다 기회는 달라요. 왜냐하면 내가 어디에 태어날지, 어떤 환경에서 자랄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각기 다른 자신의 인생이 있어요. 그러니 기회도 다르겠죠. 그러니 아모르 파티, 자기 인생을 사랑해야 하는 겁니다. 인생에 정석과 같은 교과서는 없습니다. 열심히 살다 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고, 의미없어 보이던 그 점들이 어느 순간 별이 되는 거예요. 정해진 빛을 따르려 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오직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을 뿐입니다.

  (....) 어떤 인생이든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지만 반드시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러니 이들처럼 내가 가진 것을 들여다보고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준비해야 하죠. 내가 뭘 봐야 하는지,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과연 강판권의 농업과 나무가 나아게는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내가 뿌린 점들 중 하나는 그저 끌리는 대로 한 활동들이다. 동아리에서 행했던 일들과 중간중간 손을 들인 일들이 내 자소서의 별이 되더라. 물론 아쉽다. 더 판타스틱하고 더 재밌고 더 의미있는 일들을 쌓아왔으면 좋았을텐데 경험이 값진 것이란 그 말을 20살 때 알았으면 좀 달라졌을까 싶었다.

  다른 하나는 책이다. 나름, 정말 나름 책을 가까이하며 살았고, 이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점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한 달에 한 권은 읽고, 그 사이 사이에도 여러 글들을 접하다보니, 꺼낼 이야기와 생각의 폭이 달라졌다. 독서 분야가 아직 좁지만, 차차 넓혀갈 예정이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도 나중에 값진 결과로 돌아오길 바란다.

​p.34
Be Yourself. 너 자신이 되어라.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고, 너 자신이 되라.

(......) 피크닉을 가면 다른 사람이 앉은 자리의 잔디는 언제나 푸르러 보입니다. 그런데 내 앞의 잔디는 어떻게 된 일인지 늘 듬성듬성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편 잔디에 선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저쪽에서는 이쪽이 빽빽하고 푹신해 보일 거예요. 엄친아라고 고민이 없을까요? 엄친딸이라고 완벽할까요? 듬성듬성할지언정 내가 선 자리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남의 답이 아니라 나의 답을 찾는 사람이 되세요. 다른 것이 틀린 게 아닙니다.

  킹키부츠, Just Be! 있는 그대로!  
  헤드윅, Deny me and be doomed! 나를 부정하면 파멸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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