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프로젝트 해보자고!
서비스기획을 해보자고 다짐했다. 책을 읽었다. 서비스 기획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과, 현직자들의 이야기와 기획하는 과정들을 책으로 숙지했다. 회사에서 얼핏 한 것과 본 것들이 머릿속으로 정리되었다. 숙련도가 낮은 상태에서 기획에 투입되었으니, 네모네모 화면부터 그렸고, 데이터에 대한 정의가 부족했고, 각 상태값에 대한 로직도 준비되지 않았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어설픈 경험만으로 이직이 가능할까? 조바심이 났다. 서비스기획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신입 공고는 별로 없었고, 내 경험은 중고 신입으로는 좋을지 모르겠으나, 명확하게 그려지는 스토리가 없었다. 명확한 그림이 안 그려지면 몸이 잘 안 움직인다. 고질병이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칼날이자 잘못 베이면 쓰라린 칼날이다. 어설픈 프로젝트 경험이 아닌, 내가 직접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움직인 프로젝트가 필요했다.
사이드 프로젝트. 언젠가 서비스 기획 팀장님께서 흘리듯이 말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검색하니, 개발 직군의 필수 코스처럼 그리는 글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스터티와 포트폴리오를 위해 사람들끼리 모여, 특정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사이드(Side) 프로젝트. 취준생 뿐만 아니라, 자기계발 혹은 이직 준비를 하는 직장인들도 많이 시도하고 있었다.
두근거렸다. 사람들과 모여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나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 딱 3개월. 3개월 내에 누군가가 필요로하는 작은 서비스를 만들어보자. 그렇게 며칠 동안 사이드 프로젝트 모집 사이트를 들락날락했다.
왜 기획자는 안 뽑나요..
사이드프로젝트 모집글을 파헤치다 보면, 기획 파트 모집은 체감상 10%에 불과하다. 1)이미 기획자 본인이 PM이 되어 개발자들을 모으거나 2)작은 프로젝트여서 개발자가 직접 기획을 하여 진행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보통 개발자가 아이디어가 있는데, 구현도가 복잡하거나 개발에 집중하고 싶은 경우, 혹은 협업 경험을 늘리고 싶을 경우, 서비스 기획자를 뽑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기획자를 뽑는 사이드프로젝트라 거의 없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내가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고 싶은 것이 생기니 불도저처럼 밀게 된다. 당장 아이디어를 생각해봤다.
1) 기온별 옷차림 추천 앱
2) 독서 낭독 기록 앱
1번은 차별성없는 프로젝트라서 기각, 2번은 TTS기술을 상용화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개발자들이 피해서 보류 중이다. 기획 이전에 사람 구하기가 어렵구나 싶었다. 내가 원한다고 기술적으로 다 되는 것도 아니니 고민이 많았다.
내 기회는 내가 잡기
2번 아이디어(독서 앱)로 사람을 모을 때 한 개발자 분을 알게 되었는데, 대화에서부터 깊이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좀 더 대화를 해보니 사이드 프로젝트만 십여차례 했고, 백엔드 경력은 4전이지만, 이전 IOT 경험까지하면 약 8년차였다.
2번 프로젝트의 상용화가 어렵다고 판단되었을 때 흐지부지되었고, 이때 백엔드 개발자 A님을 잡았다. 그리고 다른 아이디어 생각해볼테니 그때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연락을 드렸다. 그러더니 그분이 자신에게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 같이 해보겠댜는 제안을 주셨다. 원래는 기획자 없이, 본인이 기획해서 진행하려 했는데, 기획자가 그림을 그려주면 더 좋겠다고 했다. 나는 노션 페이지의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1차 만남을 수락했다. 만나서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생각보다 큰 규모에 나 혼자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지만, 일단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의 첫 프로젝트가 'G팀'에서 시작되었다.
*2022년 9월 18일(일) 추가 기록
약 3주간 기획 초석 다지기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는 '포트폴리오 + 기술 블로그 사이트'였다.
IT직군들이 취업을 위해 노션 혹은 각 채용 사이트에서 프로젝트를 정리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깃허브를 만들고, 기술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 면접을 들어가는 A님 입장에서는 그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된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지원자가 보낸 링크에 접속하고,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란다. 작성자 입장에서도 한 곳만 관리하면 더 편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이 아이디어를 티켓(의뢰서)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날 모인 멤버들에게 요구사항서를 받고, 구글폼을 작성하여 IT직군 카페랑 오픈 카카오톡 채널에 뿌렸다. 포트폴리오와 블로그 작성 목적에 대한 고민을 노션에 정리하고, 여러 채용 사이트, 블로그 사이트들을 이용하고 분석하면서 벤치마킹을 했다.
그렇게 현 상황의 문제점(불편한점), 원인(세부이슈), 해결방향(목표), 효과를 정리했다. 보다 편리한 UI/UX에 대한 아이디어가 팟! 하고 떠오르진 않았지만, 적어도 큰 방향을 잡고, 필요한 기능들을 나열했다. 중간중간 벤치마킹했던 사이트들의 좋았던 점을 녹여내면서 기능 명세서를 작성했다.
잘못된 기회, 팀 분해
결과만 말하자면, 내가 잡았던 개발자 A(모임장, PM)의 공금횡령 정황으로 모임은 파토났다.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아 본다. 혹은 만들어볼까 한다. 우선은 포트폴리오부터 만들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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